카피인가, 혁신인가 – 젠틀몬스터로 본 감성 브랜딩의 경계
“외국 브랜드 아니었어?”
젠틀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외국 브랜드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나만의 착각은 아닌 듯하다
이 브랜드는 그만큼 낯설게 멋지고, 익숙하게 고급스럽다. 매장 디자인은 현대미술관 같고, 제품명은 알 수 없는 숫자 코드와 영어 이름들. 가격도 웬만한 명품 못지않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젠틀몬스터는 100% 한국 브랜드다.
그 순간, 우리 안에 작지만 뾰족한 질문 하나가 솟는다.
“이거, 어디까지가 카피고 어디부터가 혁신일까?”

외국 브랜드 같은 한국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1년 한국에서 창립했다. 젠틀몬스터의 창립자는 감성적 기능주의라는 철학을 내세웠다. 브랜드 철학은 ‘감성적 기능주의’. 즉, 제품이 가진 실용성과 동시에 감정적 울림을 디자인한다는 뜻이다.
이 철학은 매장부터 시작된다.
선글라스를 진열해놓은 공간은 제품보다 세계관을 먼저 말한다. 기계 팔이 눈알을 조작하는 전시, 공중에 떠 있는 머리 조각들, 인공적으로 재현된 바람. 이쯤 되면, 브랜드가 제품이 아니라 ‘체험’을 판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닮은 점은 분명하다
젠틀몬스터가 ‘명품 브랜드를 연상시킨다’는 인상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다. 실체가 있다.
전략 요소 | 명품 브랜드 | 젠틀몬스터 |
---|---|---|
네이밍 | Dior So Real, Gucci GG0836 등 | Lang 01, Jade G1, Molta BRC9 등 |
매장 경험 | 플래그십 스토어, 설치미술형 연출 | 전시처럼 설계된 매장 |
가격대 | 수십~수백만 원 | 평균 30~60만 원대 |
셀럽 효과 | Gigi Hadid, Rihanna | 제니, BTS, G-DRAGON, 뉴진스 |
이렇게 보면 단순히 비슷한 게 아니라, 일부 전략은 고급 브랜드의 포맷을 ‘한국식 감성’으로 번역한 결과에 가깝다.


젠틀몬스터 이후, 감성 브랜드의 물결
젠틀몬스터 이후, 국내에도 유사한 결을 지닌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탬버린즈: 뷰티 브랜드(향, 핸드크림, 바디용품) 지만 매장은 미술관 같고, 광고는 단편영화다. 젠틀몬스터의 자회사다.
- 아더에러: 유럽 스트리트 감성과 블루 톤의 무표정 미학, “한국 브랜드 맞아?”란 말이 절로 나옴.
- 라카(LAKA): 성별을 넘는 코스메틱. 제품보다도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가치관이 먼저 소비된다.
이들은 국적보다 느낌과 태도를 앞세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을 “어디 브랜드야?”부터 묻는다. 국산인 줄 몰랐다면, 그것도 브랜드의 전략인 셈이다.

연예인이 쓰면 무조건 인기? 씁쓸한 감정도 있다
젠틀몬스터가 핫해진 가장 결정적 순간은 ‘제니 효과’다.
블랙핑크 제니가 썼다는 사실 하나로, 모델명조차 낯선 선글라스는 매진 행렬. 대중은 제품이 아닌 셀럽의 그림자를 소비했다.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정말 이 브랜드가 좋아서 사는 걸까? 아니면 그냥 ‘지금 핫하니까’ 따라가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취향보다 이미지, 실체보다 소비 태도를 더 의식하게 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곤함, 씁쓸함, 그리고 질문이 생긴다.

결론: 경계는 흐릿하다, 그리고 질문은 유효하다
젠틀몬스터는 모방일까? 혁신일까?
그 답은 단순히 어느 한쪽에 놓일 수 없다.
그들은 분명 기존 명품의 문법을 차용했지만, 그걸 단순 복제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감성과 세계관으로 전환했다.
그것이 바로 ‘브랜딩의 힘’이다.
결국 이 글의 목적도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묻는 것이다.
이 브랜드가 내게 어떤 감정을 주었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