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 폰의 중심인 소개팅 앱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데이팅 앱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대세 서비스입니다.
클릭 몇 번으로 나랑 잘 맞는 상대를 찾는 방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어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보다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죠.
하지만 최근 이 앱들이 놓인 환경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앱 자체가 별로라거나 인기가 떨어져서가 아닙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투자하던 그 ‘기다림의 시간’을
이제는 전혀 다른 서비스들이 채우기 시작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관계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부터 빠지는’ 우리들
사실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꽤 피곤한 일입니다.
잘 나온 프로필 사진을 고르고, 나를 매력적으로 보일 문장을 고민해서 쓰고,
상대의 답장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모든 과정이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 소모니까요.
예전에는 이런 수고스러움을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할 비용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답장 없는 메시지창을 보며 마음 졸일 바엔,
나를 즉각적으로 즐겁게 해줄 ‘대안’에 눈을 돌리는 게 훨씬 속 편하기 때문입니다.
굳이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사람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만큼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제 라이벌은 사람이 아니다: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

지금 우리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이 사람을 만날까, 저 사람을 만날까’가 아닙니다.
“사람이랑 대화하며 기 쓸까, 아니면 그냥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을 볼까?”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까,
아니면 지금 바로 반응해주는 AI와 시간을 보낼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AI는
단순한 추천 알고리즘을 넘어선다.
대화를 이어주고, 맥락을 기억하고,
내 반응 속도와 감정 흐름에 맞춰 즉각 대응하는 존재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유튜브, 틱톡, 쇼츠처럼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 서비스들이죠.
이들은 사람과 달리 우리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내 시청 기록을 통해 내 취향을 알아서 다 맞춰줍니다.
- 기다림이 없습니다: 사람의 답장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이건 넘기기만 하면 즉시 새로운 즐거움이 터져 나옵니다. - 상처받을 일이 없습니다: 거절당할까 봐 걱정하거나, 읽씹을 당해 자존심 상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가성비 때문입니다
이건 사람들이 연애를 포기했거나 관계를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관계를 맺기 위해 써야 하는 수고와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굳이 누군가의 기분을 맞추고 반응을 기다리느라 진을 빼지 않아도,
내 손안의 알고리즘은 이미 내 기분을 완벽하게 맞춰주고 있습니다.
결국 데이팅 앱의 위상이 달라진 건,
사람이 주는 즐거움보다 알고리즘이 주는 반응이 훨씬 쉽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보다, 나를 즐겁게만 해주는 알고리즘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 셈입니다.
데이팅 앱의 위기? 아니, ‘시간 싸움’의 판이 커진 것
이 흐름을 단순히 ‘연결 서비스의 실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데이팅 앱은 여전히 관계를 시작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입니다.
다만 예전과 달리, 그 자리가 유일한 정답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아래 세 가지가 우리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합니다.
- 사람을 만나는 수고로운 시간 (연결)
- 혼자서 편하게 소비하는 시간 (오락)
- 내 취향대로 즉각 반응을 받는 시간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
마치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사람들이 연결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단지 ‘에너지를 먼저 쓰지 않아도 나를 충분히 채워주는 방식’을 하나 더 갖게 된 것뿐입니다.
초개인화 엔터테인먼트는 관계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닙니다.
대신 사람을 만나기 전, 그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하고 편안한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