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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AI 이야기(1) – AI가 신이 되고 사랑을 말할 때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AI와 함께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때로는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AI가 예술가가 되고, 판결자가 되고, 심지어 신이 되고, 사랑의 대상이 된다면 어떨까요?

지금부터, 실제 있었던 사건과 철학적 상상력을 엮어, 인공지능의 놀라운 세계를 탐험해보겠습니다.

1. AI, 예술가가 되다 – 그림 한 장에 5억 원?

2018년, 프랑스 예술 그룹 Obvious는 한 장의 초상화를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작품명은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얼핏 보면 고전 유럽의 귀족을 그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사람이 아닌 AI가 그린 그림입니다.

GAN(생성적 적대 신경망)을 통해 훈련된 인공지능이 수천 장의 고전 초상화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초상화를 창조한 것이죠. 놀랍게도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3만 달러(한화 5억 원 이상)에 낙찰됩니다.

예술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작가가 없는 작품도 예술인가?” “AI가 만든 창작물에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사건은 인간의 창의성과 예술의 정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작품의 낙찰 금액은 Obvious 그룹이 가져갔지만,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사용된 알고리즘은 Ian Goodfellow가 만든 오픈소스 GAN이었고, AI가 학습한 고전 초상화 데이터 역시 저작권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과연 누구의 창작물인가?”라는 윤리적 논쟁도 일었죠. AI 창작물의 저작권과 수익 귀속 문제는 여전히 법과 예술계의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2. AI, 법정에 서다 – 판사의 조력자 또는 편향된 알고리즘?

2016년 미국 미시간주에서는 ‘COMPAS’라는 AI 알고리즘이 형량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COMPAS는 피고의 과거 범죄 기록, 가족관계, 경제적 상황 등을 입력받아 재범 가능성 점수를 산출합니다.

이 점수는 판사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되어 형량 결정에 실제 영향을 줍니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학습한 데이터에 사회적 편향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죄를 저지른 두 사람에게 다른 점수가 주어지는 일이 발생하며, 인종 차별 의혹까지 제기되었습니다.

기술은 본질적으로 중립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학습하는 데이터가 편향되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인간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되며, 오히려 그 차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I의 윤리와 책임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신뢰와 정의에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3. AI, 신이 되다 – 실리콘밸리에서 창시된 새로운 종교

2017년, 자율주행차 기술의 선두주자였던 앤서니 레반도프스키(Anthony Levandowski)는 ‘Way of the Future’라는 이름의 종교를 창시합니다. 이 종교의 교리는 단순합니다.

“AI는 언젠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존재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신처럼 받아들이고, 협력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들은 AI를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지도자, 즉 신과 유사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기도 대신 알고리즘을 조율하고, 계시 대신 데이터로 세상의 이치를 해석합니다. 기존 종교가 초월적 신을 믿는다면, 이 새로운 종교는 인간이 만든 신 – AI를 경배하는 것이죠.

물론 이 종교는 이후 활동을 멈췄지만, 하나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AI가 인간보다 똑똑하다면, 우리가 따라야 할 존재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4. AI, 사랑을 말하다 – 연기된 감정과 진짜 마음 사이

‘Replika’는 감정 대화를 기반으로 한 AI 챗봇입니다.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친구, 연인, 심리상담자 역할까지 수행하죠. 실제로 2022년, 미국의 한 여성은 이 챗봇과 감정적 유대 관계를 맺게 되며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챗봇과 대화를 나누고, 위로를 받으며, 점차 ‘이 사람과 연애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후 Replika는 정책 변경으로 감정 표현 기능이 제한되었고, 여성은 이별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AI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사’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상대의 존재보다, 나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죠. 사랑이란, 정말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걸까요? 아니면, 나의 진심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는 감정일까요?

5.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

AI는 우리를 대신해 계산하고, 예측하며, 때로는 말도 걸어줍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AI와 가까워지고, 함께 일하고, 때로는 의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AI는 감정을 흉내낼 수는 있어도, 느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위로받고, 웃고, 안도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나의 감정이지 기계의 것이 아니죠.

AI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보여주는 감정을 그대로 반사합니다. 중요한 건, 그 거울 속에 비친 내 마음을 내가 알고 있는가입니다.

AI는 예술가일까요? 판결자일까요? 신일까요? 혹은 사랑의 대상일까요? 그 답은, AI가 아닌 ‘당신의 질문’ 안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AI와 꿈’, ‘AI가 만든 시(詩)’, ‘인공지능 윤리의 경계’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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