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미러 시즌7 5화 ‘율로지’ – 이젠 진짜 그럴지도 몰라서 무서웠다
“죽은 사람과 계속 대화할 수 있다면, 당신은 멈출 수 있을까요?”
블랙미러는 또 한 번, 인간의 감정을 기술로 갈아 넣는다.
🧠 죽음을 구독하다

‘율로지(Eulogy)’는 죽은 사람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AI 기반 서비스가 중심입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데이터 – 말투, 문자, SNS 기록, 영상, 위치 정보 등 – 를 수집해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유족은 그 AI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그 대화는 언제까지나 위로일까요? 어느 순간, 그것은 중독이 됩니다. 고통을 넘기지 못한 사람들은, 마치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죽은 사람과의 연결’을 정기 결제합니다.
💸 애도는 상품이 된다
‘율로지’는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기리는 추도사(eulogy)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이 에피소드 속 율로지는, 죽음을 기념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죽음을 반복 소비하는 상품입니다.
AI로 복제된 고인은 웃으며 말합니다:
“그때 당신이 날 떠나보내지 못한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시 구독하시면 계속 함께할 수 있어요.”
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정교한 착취인가요. 사랑하는 이를 계속 ‘살려두는’ 대신, 우리는 애도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됩니다.
🧾 생전 계약은 ‘배려’였을까?
에피소드에서 율로지 서비스는 유족이 신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인이 생전에 미리, 거액을 주고 계약합니다. 자신이 떠난 후 남겨질 사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주고 싶다는 배려에서 시작된 선택이죠.
하지만 그 선의는 의도와 달리 독이 됩니다. 유족은 이별을 제대로 할 기회를 잃고, ‘구독 취소’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사랑은 남았지만,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기술은 ‘위로’를 흉내낼 수 있을까?

이제는 가능한 현실입니다. ChatGPT, Replika, Character.AI 같은 AI는 이미 사람의 말투와 감정을 흉내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누군가의 SNS, 이메일, 음성 파일, 동영상을 모은다면, 그 사람의 디지털 인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 그렇다면 묻게 됩니다:
그 대화는 진짜 위로일까?
감정을 흉내낸다고 해서, 그것이 감정이 되는 걸까?
📦 슬픔조차 구독경제에 포함되는 시대
율로지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다음과 같은 삶을 살고 있죠:
- AI 친구와 대화한다
- 죽은 반려동물의 사진을 3D로 복원한다
- “추억을 저장한다”는 명목으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애도는 점점 자동화되고 있고, 그조차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우리는 감정을 연기하는 AI와 매달 비용을 주고 대화합니다. 이제 슬픔도, 사랑도, 이별도 – 정기 결제의 대상입니다.
🕳️ 죽음 이후에도 연결되어야 할까
블랙미러는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이 서비스를 사용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 멈출 수 있을까?”
기술은 가능을 제공하지만,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애도란, 언젠가 끝나는 것이기에 ‘치유’라는 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율로지는 치유를 방해합니다. 기억을 살아 있게 하되, 떠나보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리뷰일까, 아니면 기록일까
‘율로지’는 단순한 드라마 리뷰 그 이상입니다. 이건 우리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한 조각입니다. 기술은 사랑을 흉내내고, 애도를 설계합니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이별을 허락하는 용기에 있지 않을까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는 시대.
그 시작은 버튼 하나로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