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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속에 숨어 있는 나의 취향 기록장 – 매일 쓰는 앱 3가지

“지갑은 가끔 두고 다녀도, 이 앱들만큼은 잊은 적이 없어요.”

언젠가부터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건
손에 들고 있는 가방보다, 그 안에 담긴 ‘화면’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당장 ‘삭제하면 안 되는 앱 3개’를 꼽아보라고 하면,
어쩐지 그건 요즘 나의 마음 상태, 혹은 살아가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1. Pinterest – 나만의 마음 정원

어떤 날엔 그냥 아름다운 걸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복잡한 생각도,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눈이 편안해지는 것들을 마주하고 싶은 순간들.

Pinterest는 그런 나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작은 미술관이다. 햇살 가득한 카페 모서리,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가꾼 화분들, 빈티지한 원피스가 걸린 옷장… 이 모든 장면들이 하나의 보드 안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특히 마음이 어수선한 날이면, 무작정 핀터레스트를 켜고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저장해둔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며 “언젠가는 저런 공간에서 살고 싶다”고 상상하고, 예쁜 디저트 사진들 앞에서는 “다음 주말엔 저거 만들어볼까?”라고 다짐한다.

이 앱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런 목적 없이도, 그냥 ‘예쁘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 때로는 치유가 거창한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이미지 하나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2. 삼성월렛 – 일상을 담는 디지털 서랍

가방 속 지갑을 뒤져가며 카드를 찾던 시절이 있었다. 접힌 영수증들과 더는 쓰지 않는 멤버십 카드들로 두툼해진 지갑을 보며 “정리 좀 해야지” 생각만 하던 날들.

삼성월렛은 그런 번거로움을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커피숍 멤버십, 지하철 교통카드, 할인 쿠폰까지 모든 게 손끝 하나로 끝난다. 하지만 이 앱의 진짜 매력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선 곳에 있다.

가끔 앱을 열어보면 재밌는 발견을 하게 된다. 자주 사용하는 카드들을 보면 내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어느 시간대에 주로 활동하는지, 심지어 요즘 관심사가 뭔지까지 보인다. 책방 멤버십이 상단에 있는 걸 보면 “아, 요즘 내가 책을 많이 사는구나” 싶고, 헬스장 출입 기록을 보면 “운동 꾸준히 하고 있네” 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결국 이 작은 디지털 공간이 보여주는 건 ‘지금의 나’다. 정리정돈된 화면 속에서 내 일상의 패턴을 읽어가는 일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때로는 뿌듯하다. 실용성이 곧 하나의 감성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앱이 알려준 셈이다.

3. Daylio – 마음의 캘린더

“오늘 하루는 어땠어?”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좋았다, 나빴다로는 표현되지 않는 미묘한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니까.

Daylio는 그런 복잡한 하루를 작은 컬러와 이모지로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평온한 오후, 노란색 웃음이 많았던 저녁, 회색빛 조금 우울했던 새벽… 각각의 순간들이 하나씩 쌓여가며 나만의 감정 지도를 그려낸다.

처음엔 단순한 기록이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고 지난 기록들을 되돌아보니 신기한 패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엔 유독 차분한 기분이 들었고, 친구들과 만난 날은 예외 없이 밝은 색이었다. 심지어 월요일엔 항상 조금씩 불안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가장 좋은 건,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서 다시 앱을 열어볼 때다. “그때 정말 힘들었구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중간중간 괜찮은 날들도 있었네”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감정은 순간이지만, 기록된 감정은 이야기가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를 조용히 알려주는 이 작은 앱이, 나에겐 가장 솔직한 일기장이다.

마무리: 작은 화면 속에 담긴 나의 흔적들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이건 꼭 옮겨야지” 하며 놓치지 않는 앱들이 있다. 남들에게는 그저 편리한 도구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다.

Pinterest에 차곡차곡 모아둔 이미지들은 내가 언젠가 꿈꿨던 모습들이고, 삼성월렛 속 카드들은 내가 실제로 살아온 발자취다. Daylio의 컬러 기록들은 지나간 날들의 진짜 온도를 기억하게 해준다.

이 세 개의 작은 앱들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나’라는 사람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디지털 속에 남겨진 이 소소한 기록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이 앱들은 삭제되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매일 손 안에서 만나는 이 작은 창들이, 언젠가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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