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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힐링, 정말 힐링일까?

우리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힐링’이라는 단어를 접합니다.
SNS에서는 #힐링, #감성, #쉼 이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유튜브엔 ‘힐링 브이로그’, ‘ASMR’, ‘고요한 자연’ 영상이 끝도 없이 쏟아집니다.

카페를 가도, 여행지를 검색해도, 마사지를 받을 때도 우리는 늘 ‘힐링’이라는 단어에 둘러싸여 있죠. 그런데 문득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정말 ‘힐링’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힐링’이라는 또 하나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걸까요?

힐링(Healing)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힐링”은 외래어로서
‘병이나 상처 따위를 낫게 함. 또는 병이나 상처가 낫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말 그대로 ‘회복’과 ‘치유’에 가까운 개념이죠.

영어 Healing은 ‘치유, 치료’ 의 의미로 동사는 heal(고치다, 회복시키다)입니다.
‘몸 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중국어로는 보통
“治愈 (zhì yù)”라고 표현합니다.
이 말 역시 병이나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회복시키는 정서적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며,
“治愈系” 콘텐츠(치유계 콘텐츠)라는 말로 대중문화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힐링 콘텐츠에 지친 우리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힐링 콘텐츠’들이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숲속 소리, 파도 소리, 하늘을 날아다니는 드론 영상…
그걸 틀어놓고 멍하니 보다 보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고, ‘아,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라는 비교의식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힐링을 위해 콘텐츠를 켰지만, 정작 콘텐츠를 따라가느라 더 바빠진 마음.
‘쉼’을 제공해야 할 힐링 콘텐츠가, 역설적으로 또 다른 자극이 되어버리고 있는 셈이죠.

‘힐링’이라는 이름의 소비주의

“지친 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은 언제나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그래서 고급 리조트, 프리미엄 스파, 아로마 디퓨저, 힐링 클래스 등이 인기죠.

하지만 그 투자는 정말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줄까요?
혹시 잠시의 안도를 위해 지갑만 가벼워지는 힐링, 감정적 쇼핑은 아닐까요?

진짜 쉼은 ‘비움’인데, 우리는 자꾸만 뭔가를 채우고 사야만 힐링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멈출 수 없는 우리 – 쉼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현대인은 ‘멈춤’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게으르다’고 느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힐링 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활동이라도 해야 마음이 놓이죠.

하지만 진짜 힐링은 기록되지 않아도 좋고, SNS에 올리지 않아도 좋고, 누가 보지 않아도 좋은 상태입니다.
그건 꼭 ‘자연 속’이나 ‘고급 리조트’에 가지 않아도 가능합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그냥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진짜 힐링이란 무엇일까?

누구도 우리에게 쉼을 허락해주지 않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내가 지금 정말 편안한가?”
“이건 나를 위한 선택인가, 보여주기 위한 선택인가?”

힐링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입니다.
나를 진심으로 돌보는 ‘내면의 쉼’은 누가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힐링이라는 단어보다 중요한 건 ‘쉼표 하나’

힐링이 유행이든, 소비든, 가짜든 간에—
나는 여전히 ‘힐링’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듣기만 해도 부드럽고, 어쩐지 다정한 말이니까요.
오늘도 나를 위해 이렇게 말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나에게는 힐링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힐링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을 때,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당신,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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