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보류 버튼을 누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도 결제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당장 살 여유도 없고,
당장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도 없다.
하지만
장바구니에서 ‘삭제’하지도 못한다.
그 물건을 보면서 떠오른 감정,
하고 싶었던 말,
사고 싶지만 망설였던 마음—
그 모든 게 장바구니 안에 보류 상태로 담겨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 마음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감정을 담고, 보류하는 삶
나는 요즘 자꾸 장바구니에 마음을 담는다.
좋아하는 마음도,
해보고 싶은 마음도.
그런데 꺼내지는 못한다.
그냥, 담기만 한다.
표현하고 싶은 말,
기억하고 싶은 장면,
사랑한다고 말해보고 싶은 충동.
그 모든 건 머릿속에 ‘보관됨’ 상태로 존재한다.
왜 우리는 그 마음을 꺼내지 못할까?
왜 그토록 진심이면서도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걸까?
때로는 현실이, 감정보다 앞선다
물론, 장바구니를 오래 비워두는 이유가
꼭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현실적인 이유는 ‘월급날까지 기다려야 해서’일 때가 많다.
갖고 싶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할부도 부담스럽고, 카드값도 걱정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도 꼭 그렇더라.
표현하고 싶어도,
지금의 내 마음이 너무 지쳐 있어서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
‘내가 힘들 땐, 말도 아낀다’는 말처럼.
사고 싶은 걸 참는 마음과
말하고 싶은 걸 참는 마음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부족한 여유, 불확실한 반응, 그리고 후회가 두려운 마음.
꺼내기 무서운 마음일수록, 가장 진심이다
우리는 때때로
진짜 하고 싶은 말일수록 말하지 못한다.
진짜 전하고 싶은 감정일수록 지우게 된다.
그건 비겁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그 감정이 소중해서다.
아껴두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숨기는 거다.
“사랑해”
“미안해”
“그때 그 말, 아직도 기억나”
이런 문장들은
장바구니 맨 아래에 들어 있는 감정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언젠가 결제한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고,
내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우리는 결국,
그 장바구니 속 마음 중 하나를 꺼내 결제하게 된다.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때 못 한 말을 꺼낸다.
그렇다면 지금도 괜찮다.
결제하지 않아도,
지우지 않았다면,
그 감정은 아직 살아 있다.
마무리하며 – 당신의 장바구니엔 무엇이 담겨 있나요?
혹시 지금,
장바구니에 오래 담아둔 감정이 있다면
오늘은 꺼내보는 연습만 해도 좋다.
결제를 누르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당신이 담은 그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